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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래 개인전 - 소년 / 에브리아트 / 2026.02.26-03.21
글. 박병래

동네 놀이터, 아이들이 놀다 떠난 자리에서 나뭇가지와 열매를 엮어 만든 울타리 모양의 모래더미를 발견했다. 그 구조는 엉성했지만 무엇인가를 안전하게 지켜두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조금 전까지 아이들의 상상과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했던 놀이터였다.

나는 나의 성장 과정과 현재의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감지되는 불안과 기억의 잔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미 사라진 것들이 현재의 감각 속에서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이미지로 확인해간다.

전시 <소년 / After Playing>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최근 몇 년간 익숙했던 믿음이 흔들리며 드러난 불안정한 시대의 감각과 맞닿아 있다. 과거의 기억 속 장면에서부터 가까운 현실의 풍경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오가며 이미지를 소환한다. 그렇게 유년의 기억과 연결된 경계의 울타리를 서성이며 안과 밖을 동시에 바라본다.

울타리 모양의 이미지는 작가의 과거 작업 <째보리스키 포인트 / Zeboriskie Point, 2011>에서도 등장한다. 당시의 울타리는 외부로부터 무언가를 보호하는 동시에 기억과 감각을 임시로 저장하는 상징적인 구조로 기능했다. 반면 이번 전시에서 다시 등장한 울타리는 하나의 고정된 의미라기보다 감각이 잠시 머물다 스쳐 지나가는 장소에 가깝다.
나는 그 앞에 멈춰 서서 규정되지 않는 감각들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을 순간적인 떨림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캔버스 위에 남긴다. 그렇게 남겨진 이미지들은 완결된 장면이라기보다 멈춰 있는 과정에 가깝다. 거친 붓질과 흔들리는 형태는 화면의 경계를 흐리며 이미지가 완전히 고정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극단적으로 확대된 화면에서는 시간과 장소의 구체성이 희미해지고 대신 흔적과 감각의 잔여만이 남아있다.

이렇게 남겨진 이미지들의 전시 <소년 / After Playing>는 결국 작가가 나 자신에게 건네는 독백이다.